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중동 정세가 악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남 여수국가산단 석유화학 업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원료 수급 불안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공장 가동 중단과 구조조정 움직임까지 이어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최근 주요 고객사에 납사(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제품 공급이 지연될 수 있다며 ‘불가항력(Force Majeure·포스마주르)’ 발생 가능성을 통지했다. 납사는 석유화학 제품 생산의 핵심 원료로 중동 지역 의존도가 높아 호르무즈 해협 상황에 따라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여수국가산단의 핵심 기업인 여천NCC도 이미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 설비를 보유한 여천NCC는 지난 4일 원료 수급 불안과 업황 악화를 이유로 불가항력을 선언했으며, 연간 생산량 약 140만 톤 규모의 2·3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생산량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규모다.
롯데케미칼 역시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당초 계획돼 있던 약 두 달간의 시설 보수 일정을 앞당겨 이달 안에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석유화학 업계는 납사 가격이 고공행진하며 원료 가격이 제품 가격을 넘어서는 역마진 쇼크까지 처한 상황이다.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현재 납사 가격(일본 C&F 기준)은 톤(t)당 1009달러에 달한다. 이는 연초 대비 472달러(87.9%) 치솟은 수준이다. 전월과 비교하면 378달러(59.9%)가량 상승했다.
납사를 정제해 만드는 에틸렌 가격은 한국(FOB) 현물 기준으로 현재 t당 860달러로 연초 대비 155달러(22%) 올랐지만, 중동 전쟁발 사태로 납사 가격이 워낙 빠르게 치솟으며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는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보통 에틸렌 스프레드 손익분기점은 t당 250달러로 여기는데,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수준을 넘어 큰 손실을 입는 상황이 됐다.
구조조정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LG화학은 2006년 12월 31일 이전 입사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LG화학과 GS칼텍스는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설비 재배치와 역할 분담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원료 수급 차질과 함께 공장 가동 축소, 구조조정 등이 이어지면서 여수산단을 중심으로 한 국내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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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예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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