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은 여수시민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 날이다. 1997년 9월 9일 전국 최초로 주민 발의로 여수시, 여천시, 여천군, 3개 지방자치단체가 통합한 날이다.
27년이 지난 지금 그 일에 앞장섰던 한 사람으로서 잊지를 못한다. 통합할 당시 인구가 34만 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27만명도 무너져 7만명이나 줄어들었다. 이 사실로 보면 3려통합의 성과는 실패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1차적인 책임은 선출직 시장과 공무원들이다. 3려통합 당시 공무원들은 반대 또는 소극적이었다. 공무원 수가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실제 시민들은 중복 시설과 중복 사업으로 인한 행정력과 예산 낭비를 걱정해서 추진한 것이니까 공무원 수를 줄이지자는 뜻이었다.
그 때 우리들을 애 먹였던 공무원들이 시청사 별관 증축을 내세우면서 3려통합 정신을 거론할 때는 어이가 없었다. 3려통합의 의미를 강조하며 시민화합과 그 숭고한 시민의 높은 뜻을 살리는 행정을 펼쳤으면 어땠는지 모르겠다.
3려통합에 반대, 소극적이었던 지자체장이 초대 통합시장으로 당선되면서 3려통합의 의미를 살리지 못했다고 본다. 시민화합을 위해 4번에 걸쳐 통합운동에 앞장섰던 시민들은 드러내놓고 활동을 못하고, 시장 주변에 통합 반대에 앞장섰던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이러한 대표적인 증거가 바로 9월 9일 주민의견 조사해서 찬성으로 결정한 그 날을 기념하지 못한 일이다. 2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수시가 나서서 기념식 또는 행사를 한 적이 없었다. 통합이 결정된 이후 3려통합추진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시민의날을 9월 9일로 하자는 제안을 했다.
시의회에서 반대를 한 이유가 황당하다. 9월 9일이 1948년 북한 노동당 정권이 들어선 9월 9일, 구구절이니까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궁색하니까 농번기를 내세워 아무런 의미가 없는 10월 15일을 '통합여수시민의날'로 결정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흔한 기념재단이나 기념사업회 하나 없이 27년이 지났다. 따라서 통합과 관련된 자료는 하나 둘씩 사라지고 없다. 시청사 별관 증축하는 명분으로 해묵은 통합 당시 약속을 지키라는 공무원 노조의 주장만 남았다. 필자에게 3려통합의 불을 당기게 한 여천시 기자단 간사를 지냈던 분이 초대 통합시장이 학동 여천시장 관사를 여수시가 매각한 것을 지적했다.
시장관사에서 3명의 시장 군수가 법에도 없던 주민 발의로 주민의견조사, 유권자가 투표하는 것으로 결정한 곳이다. 시민사회단체 횔동가도 통합시장 당선자와 통합 이후 여수시에 대해 논의하려고 모였던 곳이기도 하다. 필자는 그곳을 기념사업회 사무실 겸 전시관으로 사용하자고 했다.
다행히 옛 시장관사는 27년이 지났지만 그 모습 그대로이고, 매입한 분이 초대통합시장 후보로 거론되던 여수 유력 인사이고 원로인만큼 한 가닥의 희망이 남아있다. 여수시가 나서서 재매입하거나 아니면 그 분이 지역을 위해 기증하는 방법이 있다. 늦지 않았다.
3려통합 이후 필자는 청주, 창원, 전주, 목포, 수원 등 행정구역통합을 추진하는 지역에 가서 초청강연을 하거나 발표를 하였다. 통합에 성공한 청주시는 담당 공무원들이 여수까지 찾아와 강의를 듣는 워크샵을 몇 차례 진행하였다. 해당 지역 TV방송국과 언론사들이 여수까지 찾아와 취재를 하였다. 3려통합의 노하우를 배운 덕분에 오늘의 청주시와 창원특례시가 생긴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아는 여수 어느 기자는 여수를 '주민자치교육의 중심 도시'로 만들자는 제안을 한다. 목민심서를 펴낸 다산 정약용이 유배를 왔던 강진군은 전국 공무원 연수를 위한 '다산청렴연수원'을 만든 것처럼 3려통합정신을 살려보자는 것이다. 앞으로 읍면동 주민자치가 활성화될 것을 대비하자는 뜻이다.
1994년부터 3번의 실패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달려 4번째 비로소 성공한 3려통합이 여수시를 2012년 세계박람회를 개최하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국제도시로 만들었다. 이러한 도시이미지를 바탕으로 여수밤바다가 탄생했고, 1천만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관광도시로 만들었다.
정작 여수시와 공무원들은 3려통합에 대해서 쉬쉬한다. 통합 이후 공원과 공공시설이 들어서도 '3려통합' 이름이 들어간 곳이 없다. 옛 여수시와 여천시를 잇는 도로, 하수종말처리장, 웅천 신도시 등이 가능한 것은 3려통합이다. 그런데도 이순신공원, 이순신도서관이라고 했지 3려통합은 끼어들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9월 9일이다. 시민은 위대했는데 행정과 정치는 이것을 사리는데 인색하였다. 3려통합이 부끄러운 일이었는가? 감추어야할 정도로 잘못이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시청사 별관 증축 공사 명분으로 내세워서도 안된다. 진정으로 3려통합 과정이나 정신을 아는 국회의원, 시장, 도의원, 시의원, 공무원이 적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
전국의 지자체가 도시이미지 정립을 위해서 인물이나 사건 등의 인연을 내세워 지역 정체성을 만들고, 시민화합 또는 지역발전의 에너지, 동력으로 만들고 있다. 이제 당당하게 전국 최초로 법에도 없던 주민의견조사로 3려통합을 이뤄낸 위대한 여수시민, 여수시임을 적극 알려냈으면 한다.
ㆍ문명서당 설립(1930)
ㆍ와이엔텍 창립(1990)
ㆍ3여통합 주민의견조사 결과 통합 확정(1997)
ㆍ연대회의. 3려통합기념사업회(준) 3려통합1주년 기념식 개최(1998)
ㆍ한화케미칼 PE공장 잔류 가스 폭발 화재(2011)
ㆍ화양고 김준희 KBS골든벨 수상(2012)
ㆍ부산-경남-전남-광주 연결 ‘남도 해양관광열차’ 개통(2013)
ㆍ여수정보신문 창간(2019)
ㆍ여수광양항만공사 여수엑스포 문화거리 예술축제 개최(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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