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경영학자 에드워드 데밍은 “신(God)이 아니라면, 모든 사람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야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고 했습니다. 통계는 숫자로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발표된 ‘2025년 여수시 사회조사 보고서’가 비추는 여수의 민낯은 꽤나 엄혹합니다. 화려한 조명 뒤에 도시 침체와 세대 간 불평등이라는 깊은 골짜기가 파이고 있음을 수치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사라진 허리, 텅 빈 지갑
가장 뼈아픈 대목은 소득 구조의 붕괴입니다.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의 가구 비율은 10.4%에서 21.7%로 늘어난 반면, 400만 원 이상 고소득층은 47.4%에서 31.3%로 급감했습니다. 시민 절반 이상(54.6%)이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답한 것은 고물가와 불황의 파도가 여수 시민의 삶을 얼마나 팍팍하게 내몰았는지 보여줍니다. 이제 여수는 ‘성장’을 외치기보다, 무너진 민생을 수습하는 ‘응급 복구’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여유'가 아니라 '불안'이 된 시간
아이러니하게도 시민들은 예전보다 ‘시간 부족’을 덜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삶의 여유가 생겨서일까요? 국가산단의 부진과 관광객 감소를 감안하면, 이는 일을 찾고 싶어도 찾지 못한 실업이나 경영 악화로 인한 ‘서글픈 시간’이 늘어난 결과로 해석해야 합니다. 늘어난 시간이 무기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 시간을 재취업과 재기를 위한 ‘골든타임’으로 바꿔야 합니다.
-돈보다 무서운 것은 ‘할 일 없는’ 외로움
어르신들의 목소리도 달라졌습니다.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이 크지만, 이제는 "소일거리가 없다(10.2%)"는 호소가 외로움을 제치고 주요 고민으로 떠올랐습니다. 어르신들에게는 단순한 현금 지원보다, 평생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지역사회에 나누는 '역할'을 드리는 것이 최고의 복지이자 건강 처방전입니다. 여기에 시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의료 수준 향상'이 뒷받침되어야 여수의 노후가 비로소 안심될 수 있습니다.
-청년들이 보내는 '이탈 신호’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미래 세대의 움직임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여수시민의 향후 거주 의향은 전반적으로 상승했으나, 15~29세의 약 23%가 여수 거주 의향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청년들이 꼽은 취업 불만족의 1순위 이유는 ‘타 시군 대비 일자리 부족(43.9%)’이었습니다. 청년들이 여수를 ‘떠나야 할 곳’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면, 도시의 미래는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숫자를 '눈물'로 읽어내는 진정성, 시민의 목소리에 답하라
사회조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수치로 드러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결국 행정의 디테일과 진정성입니다. 시민들이 보내는 조난 신호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통계표 속의 숫자를 내 이웃의 ‘눈물’로 읽어내야 합니다. 이제 여수시정이 시민들의 절박한 외침에 실질적인 결과로 답할 차례입니다.
/최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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