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권의 기회와 불안, 그리고 ‘설레발 정치’에 대한 경고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6월 지방선거 이후, 이르면 7월 출범을 목표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대통령 주재 간담회를 통해 “대한민국 제1호 통합 광역정부 출범”을 공식화했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재정·산업·행정 전반에 대한 파격 지원을 약속하며 힘을 실었다. 통합 논의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실행의 단계로 접어든 모양새다.
그러나 통합의 열기가 높아질수록 여수와 순천, 광양으로 대표되는 전남 동부권의 시선은 복잡하다. ‘기회’라는 기대와 함께 “혹시 여수가 더 작은 소도시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동시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통합 일정의 핵심은 6월 지방선거를 현행 광주·전남 체제로 치른 뒤, 통합 광역정부를 출범시키겠다는 점이다. 선거 혼란을 피하기 위한 안정적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동부권에서는 다른 해석도 나온다. 통합의 기본 구조와 권한 배분, 예산 원칙이 선거 이전 상당 부분 설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곧 여수·순천·광양이 통합 이후 어떤 위상을 갖게 될지가 지금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동부권은 결코 주변부가 아니다. 여수국가산단과 광양제철소, 국가 항만과 에너지 인프라는 전남 산업의 중추다. 하지만 통합 논의의 상징과 메시지가 광주 중심으로만 소비될 경우, 동부권이 ‘산업을 떠받치는 보조 지역’으로 인식될 위험 또한 존재한다. 통합의 명분과 실제 설계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같은 흐름은 6월 선거의 성격도 바꾸고 있다. 이번 선거는 통합 찬반을 묻는 선거가 아니다. 이미 중앙정부와 광역단체장이 통합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반대만을 앞세운 정치는 설 자리가 좁다. 대신 통합 이후 여수의 몫을 누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다. 통합 광역정부 내에서 여수가 행정과 산업, 재정의 핵심 축으로 남을 수 있는 구체적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는 후보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지역민들의 불안은 통합 자체보다, 통합을 둘러싼 정치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특히 김영록 지사를 향해서는 ‘통합의 당위와 장밋빛 비전만 앞서는 것 아니냐’는 미묘한 시선도 존재한다. 통합이 가져올 이익을 말하기 전에, 여수와 동부권이 실제로 무엇을 보장받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통합 국면을 정치적 치적이나 선거용 이벤트로 소비하려는 ‘설레발 정치’에 대한 경계심도 여기서 나온다.
주연창 전.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대외협력국장은 “광주·전남 통합은 준비 없는 통합일 경우 전남 동부권은 산업만 남기고 정치·행정·예산은 모두 빼앗기는 구조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하며 “통합을 하려면 ‘동부권 보호 장치’가 먼저 법과 제도로 완성된 뒤 논의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흐름은 ‘정책은 서부권, 부담은 동부권’ 구조, 이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광주·전남 통합은 동부권 소외를 제도화하는 결과가 된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행정통합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예산 배분 구조, 공공기관 배치, 산업 정책의 주도권이라는 차가운 현실로 증명돼야 한다. 여수가 통합 이후에도 ‘결정이 이뤄지는 도시’로 남을지, 아니면 행정 효율의 이름 아래 희미해질지는 지금의 설계와 정치적 선택에 달려 있다.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분명 큰 기회다. 그러나 그 기회는 자동으로 모든 지역에 돌아오지 않는다. 여수가 작아지지 않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흥분이 아니라 냉정한 전략이다. 통합의 시대, 지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선언이 아니라 보장이고, 구호가 아니라 설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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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란 기자
광주·전남 행정통합, 여수는 커지는가 작아지는가
-동부권의 기회와 불안, 그리고 ‘설레발 정치’에 대한 경고
ysib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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